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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단어는, 중국의 황하 상류에 물살이 빠른 폭포가 있는데 이곳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데 성공한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과거시험 역시 이와 같이 힘든 시험을 통과하면 성공의 길이 열렸는데, 이를 두고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 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이들을 보내놓고 어머니나 아내들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뒤뜰에 정화수를 떠 놓고 그들이 믿는 천지신명에게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대학수학능력 시험 역시도 어떤 면에서 보자면 현대판 과거시험과 같은 등용문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자, 전국의 교회와 사찰들에서 수능시험 100일 작전을 위한 기도가 지난 7월 말일을 기해서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절에서는 입시특강 법회(?)를 여는 곳도 있다고 한다. 교회 역시도 작정새벽기도 모임이 열기를 더하고 있는데, 이런 풍경은 우리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연례행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누군들 다르겠는가마는 수많은 사람들이 헛된 반복을 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사람들은 절간이든 교회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아무데나 가서 기도하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이것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토속종교에서 비롯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미신적인 행위들이 빚어낸 산물이다. 그들이 무지하여 바친 물질들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지 간에 그 물질하고 수능시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지 못하고, 그냥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서 절간이나 교회에 가져다 바친다. 그 돈이 누구의 주머니에 들어가는지에 개의치 않고 단지 자신들의 신념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심지어 수능시험 때문에 중들이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사실 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식들을 위해서 어떠한 대가라도 지불하고자 하는 맹목적인 사랑의 발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이상하다. 정상적으로 공부해서 정상적인 실력으로만 시험이 판가름 난다는 사실은 직시하지 않고, 돈과 기도로 감천(感天)하여 ‘요행’을 얻으려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못해 무지몽매해 보인다. 부모가 그처럼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지 않아도 순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간 수험생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학생당사자들도 예외는 아닌데,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생겨난 신종 미신이 사람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재수생과 고3 학생들 사이에 ‘100일 주(酒)’가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생긴 ‘100일 주’가 통과의례처럼 확산되는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이 마시면 많이 마실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심리적 도취로 인해서 수능시험 보기 전에 이미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능시험 49일 전에 마시는 ‘49제’라는 것까지 있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술을 들이키는 학생들이 있어 어른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술 권하는 악습이 이제 시험을 핑계로 학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수능시험이 시작되면 추운 날씨에 학교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손을 모으고 초조해 하는 어머니와 교문 앞에 엿을 붙이고 미역국을 먹이지 않는 ‘지성인들’의 모습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가끔씩 불우한 환경에서 수석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 중에는 부모가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학생은 그처럼 애타게 기도하고, 시주하고, 헌금해 줄 부모도 없는데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들은 자신이 노력을 기울인 만큼 그 열매를 거둔 것이다.『...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넉넉하게 심는 자는 넉넉하게 거둔다는 것이라』(고린도후서 9:6). 기대심리를 부추기는 교회와 사찰에 가서 힘에 겹게 돈을 내고 자신은 자신대로 힘들게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절을 해야 하고 눈물로 악을 쓰며 부르짖어야 하는 계절은 수험생 부모들의 이성과 냉정함을 빼앗아가는 가혹한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언제나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 인터넷 신문 '바이블 파워' (2007-8-16) ──────────────────────────
『 수능시험 “특수”를 누리는 절간과 교회들 』 by ■「바이블 파워」/2007. 8. 16/박재권(캐나다 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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