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동물은 절대 악하지 않지만 때로는 공격적이 된다. 온 세상에다 대고 '못된 동물'이 아니라 '공격적인 동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일에도 이젠 지쳐버렸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 아무도 그걸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니 난들 어쩌겠는가? 나도 만날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며 평생을 보낼 수는 없다.... 동물은 자기를 보호하거나, 새끼나 자기 영역을 보호하려고 할 때 공격적이 된다. 또 상처를 입었거나 기분이 나쁠 때도 그렇다. 아니면 그냥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거나, 어쨌든 항상 이유가 있다. 인간과는 다르다. 인간은 자기들이 왜 못되게 구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어떤 때 나는 화가 나면 진짜 마녀가 된다. 끔찍한 말들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데, 그래도 그걸 멈추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
...언젠가, 꼭 엘비스를 사귀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것을 반대했다. 엘비스는 무지 위험한 송곳니를 가진, 정말로 무시무시하고 힘도 아주 센 수컷 어른 비비원숭이이다. 모두들 엘비스가 공격적이라고 생각했고, 엘비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몰라도 내 마음은 엘비스에게 다가가도 좋다고 말했다. 결국 엄마 아빠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허락하셨다. 사람들은 절대로 엘비스의 눈을 쳐다봐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내게 말했다. 그러면 엘비스는 자기한테 도전한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화를 낼 거라는 거다. 그래서 나는 엘비스의 손만 쳐다보았고, 아주 아주 천천히 내 손을 내밀었다. 동물과는 그렇게 해야 한다. 사귀려면 서로의 몸을 만져야 한다. 냄새도 아주 중요하다. 엘비스는 내 냄새를 맡아보더니 내가 자기의 적이 아니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우정의 표시로 엘비스를 쓰다듬어주었다. 엘비스는 그저 얌전하기만 했다. 비비원숭이의 손은 참 재미있다. 따뜻하고 털이 북슬북슬하다. 사람 손과 닮았다. 내가 엘비스한테서 멀어지고 나서야 엄마 아빠는 안심을 했다. 나는 엘비스를 만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엘비스와 친구가 될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비비원숭이들과 다시 화해한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진 가운데 하나는 이 어릴 적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영양의 입 가까이에 있는 내 손이 보인다. 영양들은 정말 겁쟁이인데 이 영양은 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때 일이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나는 영양과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영양들을 죽이는 끔찍한 인간족인 내가 다가가도록 왜 가만히 있었겠는가? 아빠가 사진을 찍는 바람에 영양은 달아나버렸다. 주의가 흐트러졌거나 더이상 차분하게 머물 염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두려운 상대 앞에서 계속 차분하게 있기란 어쨌든 어려운 일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그곳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동물과 얘기를 나누는 내 재능이 정말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의 사랑은 다투지 않는 사랑이다. 다툰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진짜 다투는 게 아니다. 왜 그렇게 다른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도 동물은 자기들이 가진 것만 가지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인간은 항상 다른 것을 바라기 때문인 것 같다....
...빕은 내 마다가스카르 산 여우원숭이이다. 이 여우원숭이는 내 바비 인형을 사랑했다. 정말로! 빕은 뒷발로 서서 바비 인형에게 입을 맞추곤 했다. 어떤 때는 자기가 켄(바비 인형의 남자 친구)인 줄 착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빕을 그곳에 남겨두고 왔다. 빕을 잊기 위해서는 더이상 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빕 생각을 하면 몹시 슬퍼진다.
...어느 날 밤,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내게 일어났다.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별똥별을 보았던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기도할 때처럼 손을 모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 이 세상에 동물과 함께 사는 아이가 나밖에 없는지 물어보았고, 다른 아이가 또 있더라도 질투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또 하나님께 훗날 내가 하늘에 올라가면 나를 반갑게 맞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을 많이 사랑하며 하나님 생각을 자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랬더니 하나님이 내게 별똥별을 하나 보내주신 것이다....
...나는 웃는 걸 참 좋아한다. 아주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바람에 머리가 날리는 것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지프의 지붕 위에 앉아서 수풀 속을 달릴 때가 그렇다. 목이 좀 추운 게 문제지만. 그리고 친한 친구를 만나서 꼭 끌어안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힘껏 끌어안는 것도 좋아한다. 나에겐 엄마 아빠가 계시고, 사랑하는 사람과 친한 친구도 있다. 필요한 건 전부 다 가진 셈이다....
...과거가 미래일 수 없는 게 나는 아쉽다. 하늘나라에 가면 알고 싶었던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
──────────────────── 티피 드그레 /『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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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신문에 나온 책소개 코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예전에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피부병에 걸려서 많은 고생 중에 헤어지게 되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캐빈이를 생각하면, 맘이 아프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았을 때,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예전에 캐빈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그리워서,,, 이 책이 내 맘에 들어왔다.
읽는 중에도,, 읽고 나서도,,, "티피 드그레"라는 소녀의 맑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한편으론,, 어리지만,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스스로 깨닫고 알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큰 사람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시편 말씀이 생각났다...
"하늘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창공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낮은 낮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보여 주니 말도 없고 언어도 없으며 그들의 음성도 들리지 않으나 그들의 선율은 온 땅을 질러 뻗어 나가고 그들의 말은 세상의 끝까지 다다랐으니, 그가 그들 가운데 태양을 위하여 장막을 세우셨도다." (시편 19:1-4)
비록 우리의 입으로 복음이 증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자연을 통해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모든 이에게 증거하고 계심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2001.12.3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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